안녕하세요!
이번주는 눈이 많이 내리며 바람도 강하게 불어, 무척 춥게 느껴지는데요.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모가농장, 2024년 이모저모!
오늘은 2024년 휴대폰 앨범 속의 사진들 중에서,
많은 고생 혹은 보람을 느꼈던 경험을, 다시 떠오르게 만드는 사진들을 간추려 보았습니다.
3월, 4월
이른 봄이 되면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평탄화 작업
농장의 고추밭은 남쪽으로 조금 경사가 있습니다. 장마철 배수는 덕분에 매우 잘 되지만, 좋지 못한 점도 있습니다.
시설 설치가 까다롭다거나, 장마철 양분의 용탈이 걱정되는 등의 문제입니다.
사람이 오가는 길은 넓고 반듯하게 만들고 싶어, 블룩 하게 솟은 부분을 평탄하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몇 차례 거친 작업에 수레를 사용했는데, 짐 싣는 부분이 많이 망가졌습니다.
결국에 윗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뼈대만 놓고 사용하고 있는데요. 재밌는 게 동네 다른 집에도 비슷한 뼈대만 남은 수레가 있더라고요.
이랑 만들기
비교적 넓고 높은 두둑을 만들어야 하는데, 작년보다 10cm 좁아진 170cm의 이랑 간격으로 만들었습니다. 작년에 2m짜리 제초매트로 덮었는데, 고랑 사이에서 틈이 벌어져 풀이 많이 자랐었기 때문입니다.
봄에 비가 자주 오는 바람에, 경운 한 밭의 흙에 수분이 많아 기계를 사용하기 곤란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배토기(고랑 흙을 이랑으로 올려주는 관리기)를 사용해서 해야 할 작업을 농기구로 했습니다. 일부는 흙이 마치 바위처럼 단단히 굳어버린 곳도 있어서, 철창으로 깨 주었습니다. 두 손으로 들어야 할 만큼 큰 돌 덩어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흙이 굳어서 만들어진 돌이라 그런지 의외로 잘 깨졌습니다.
명품 수동 분무기
집에 이미 등에 메는 배부식 분무기가 3개나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만든 명품 분무기로 소개한 영상을 보고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망설이다 이번에 구입했습니다. 이미 가진 3개의 분무기 모두 공통적으로 압축을 위해 팔을 많이 써야 해서 힘이 듭니다.
이 제품은 무려 레귤레이터가 장착되어 있어, 펌핑 몇 번을 해주면 물이나 약이 한 동안 펌핑 없이도 나가줍니다. 제품과 함께 동봉되어 온 다양한 노즐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껴 써야겠어요. 색상도 이쁘네요~
점적 관수 설비
이랑간격을 180cm에서 170cm로 변경하면서,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기존에 사용한 40mm 농수관의 출수구가 새롭게 만든 이랑의 중심과 맞지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연질관을 사진처럼 농수관에 연결하는 부분이 앞뒤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설치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점적 테이프로 물이나 액비를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점적 테이프는 이번에 4줄로 설치했습니다. 작년에 2줄을 설치했는데, 수분이나 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4줄로 설치하니, 물이나 액비 공급이 원활해졌습니다.
점적 테이프를 설치하는 작업을 혼자 하다 보면, 점적 테이프가 말려있는 뭉치가 돌아갈 수 있도록 고정해 놓아야 합니다. 가운데 구멍에 파이프를 끼워서 농산물 상자에 올려놓고 작업을 했는데요. 점적테이프를 손으로 잡고 당기며 가다 보면, 꼭 종이 원판 사이로 끼어서 멈춰버리기 일쑤입니다. 원판이 워낙 약한 종이로 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자주 사용해야 한다면, 별도의 거치대를 구입하거나 만들어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점적테이프를 농수관과 중간에 연결해 주는, 16mm 연질관은 딱딱한 소재로 부품에 잘 끼워지지 않습니다. 이때 토치로 살짝 열을 가하면 쉽게 끼울 수 있는데요. 굉장히 쉽게 불이 붙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작업 중 그만 농수관 안쪽으로 불이 붙어서 농수관이 타버렸습니다.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굉장히 놀랐는데요. 앞으로 농업용 관수 자재는 열에 매우 주의해야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5월, 6월
거세미 나방 애벌레
이름부터가 무섭습니다. '거세미 나방'이라니. 봄에 작물을 정식하면 얄밉게 모종의 밑동을 돌려가며 연한 부분만 파 먹어, 모종이 잘라지게 만드는 애벌레입니다. 1,100개 정도의 모종을 정식했는데, 거의 100개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여유분 모종이 있어 다시 심을 수 있었지만, 20~30일가량 성장이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모종 중에서 완전히 잘리지 않은 모종은 포트에 옮겨 놓았다가, 밭 한쪽에 심어주었습니다. 멀쩡한 모종에 비해 50% 정도로 수확량은 적었지만, 다행히 잘 자라준 것 같습니다. 거세미 나방 애벌레는 꾸준히 농사를 지으면서 잡아주면 조금씩 줄어든다고 합니다.
농업용 파이프 나르기
벌써 2~3번째 1톤 트럭에 10m 파이프를 구입해 밭에서 사용했습니다. 긴 파이프를 싣고 오려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파이프를 구입하는 곳의 직원 분들이 매우 꼼꼼하게 점검해 주시고, 운전하며 조심할 점들을 알려주십니다. 파이프가 요동칠 것 같은 도로에서는 더욱 서행해야 하고, 운송 중간에 깔깔이(화물 고정 밴드)를 한 번 더 조여주라고 합니다. 바싹 조여서 여러 번 묶어주고 천천히 왔지만, 도착해 보면 뒤쪽으로 조금씩 밀린 파이프들이 보입니다. 파이프는 가까운 곳에서 구입해야겠습니다.
처음 길러본 채소
양배추와 궁채를 처음 심어보았습니다.
양배추는 좁은 온실 텃밭에서 너무 크게 자랐고, 궁채는 왜 이렇게 잘 자라는지... 이렇게 대가 굵은 게 맞을까요? 결국 잎만 따서 쌈으로 먹고 줄기는 버렸습니다. 내년에 다시 알아보고 잘 키워야겠습니다.
잡초와의 전쟁? 아닌 공생!
친환경 교육을 받을 때, 강사분께서 잡초와 전쟁하지 말고, 공생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제초매트를 덮었지만, 틈 사이로 풀들이 많이 자랍니다. 천연액비 재료가 무료로 자라고 있다고 좋게 생각합니다.
'산야초 액비'를 만들기 위해 잡초를 뽑아보면, 굉장히 부드럽게 잘 뽑힙니다. 어느 정도 키를 키운 후에 뽑아야 더 좋은 영양분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잡초 키를 키우는 것만큼 쉬운 일이 있을까요?
보일러 배관용 PB 파이프
고추의 가지가 양 옆으로 넓게 펼쳐지며 자라도록, Y자 유인줄을 설치합니다. Y자 유인줄의 처음과 끝에는 줄의 너비를 넓혀주는 용도로 PB 파이프를 걸어주는데요. 25a(28mm) 규격의 보일러 배관에 주로 사용하는 PB 파이프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직관(반듯한 관)을 구입했어야 하는데, 가격에 신경 쓰다 그만 롤관(둥글게 말린 관)을 구입했습니다. 택배가 도착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는데요. 농수관처럼 길게 펼쳐놓고, 양쪽 끝을 끈으로 고정한 후에, 햇빛에 노출된 상태로 며칠 놔두면 반듯하게 펴질 것 같았습니다. 1주일이 지나서 끈을 풀어주니, 어찌나 잘 말리면서 원상태로 복구되는지 스프링인 줄 알았습니다. 결국, 아직도 밭에 펼쳐진 채로 묶여 있는데요. 관수시설 배관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농업용 파이프 25mm
2미터마다 고추 유인줄을 묶어주는 25mm 농업용 파이프를 설치합니다. 그런데 봄에 작업하면서 바보같이 제초매트에 구멍을 뚫기 아깝다는 생각에, 작물을 심으려고 만들어 놓은 구멍에 지지대를 설치했습니다.
왜 이렇게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데요. 사진처럼 작물이 한쪽으로 기울어 자라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농사가 끝난 후에 조금씩 지지대를 옮겨주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병든 고추들
아무리 양분을 잘 공급하고 방제를 철저히 하더라도, 가끔씩 시들어 죽는 나무가 나온다고 하던데요. 잘 자라던 고추나무가 시들기 시작하면 걱정이 시작됩니다.
하루 이틀 살펴보다, 주변으로 번질까 봐 일찍 뽑아주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친환경 농법으로 토양을 관리해 주면, 조금씩 병에 걸리는 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025년도 재배할 품종을 결정하면서, 뿌리 활력도가 우수하여 시듦병이 적은 품종을 선택했습니다. 여름 장마철이 지나면서 시드는 수가 늘어나서, 올해 대략 50주 정도를 뽑은 것 같습니다.
7월, 8월, 9월
본격적인 수확철이 다가오면서, 일이 더욱 바빠졌습니다. 오전 9시가 넘어가면 일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온의 날씨가 많았습니다. 동네 어른 분들은 너무 부지런하셔서, 새벽부터 일어나 8시 전에 오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십니다.
4구 노즐 약대
친환경 살균살충제는 화학 농약에 비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약대 노즐도 방제 효과를 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를 사용해 보았는데요. 총 방제 시간이 2시간 이상 걸려서, 시간도 줄이고 방제 효과도 올리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2구 노즐 약대로 꼼꼼하게 방제를 했었는데, 7~9월 집중적으로 병해충을 막아야 하는 시기에는 빠르게 연타 방제를 하는 방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4구 노즐 약대로 강하게 뿜어주며 빠르게 지나가는 방식으로 1시간 안에 방제를 마쳤습니다. 기존에 꼼꼼하게 천천히 하는 방식에 비해 천연살균살충제가 골고루 묻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방제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에 늦은 오후와 다음날 새벽으로 2회 연타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두 가지 방식을 상황에 맞게 섞어가며 시험해 볼 생각입니다.
특이한 벌레와 무서운 벌
그동안 고추밭에서 못 보던 벌레와 곤충을 보았습니다.
처음엔 나뭇가지인 줄 알았는데, 뭔가 이상해서 살펴보니 벌레 같았습니다. 검색해 보니 '큰빗줄가지나방 애벌레', 혹은 '종령 애벌레'가 찾아지는데, 신기해서 한참을 지켜보았는데 애벌레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참을성이 대단한 녀석 같습니다.
고추밭에 벌집을 짓다니! 꿀벌이나 날아다니거나, 꿀벌을 사냥하기 위해 말벌이 찾아오는 경우는 많이 보았지만, 고추 가지에 벌집을 만들어 놓을 줄을 몰랐습니다. 한 번은 고추 수확하다 쏘이고, 한 번은 미리 확인해서 쏘이지는 않았는데요. 5일마다 친환경 살균살충제를 방제하는 고추밭에 집을 지으려 하다니, 조금 황당했습니다.
엄청난 착과와 가지 쓰러짐
7~8월 수확과 착과가 동시에 일어나는 시기에, 수분과 양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면서 많은 착과가 일어났습니다. 기쁨도 잠시, 기후가 변하는 것인지, Y자 유인줄 만으로는 거세게 내리는 비와 바람으로부터 고추 가지들을 온전히 잡아주지 못했습니다.
고민 끝에 내년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유인줄을 설치해, 가지가 쓰러지는 것을 최대한 막아볼 계획입니다. 익어가는 고추를 수확하기도 바쁜데, 쓰러진 가지들을 일으켜 주고 묶어주는 작업까지 하려니 많은 부담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방식이 갖춰지면, 소식 전하겠습니다.
고추 밑동
일부 고추에 원형의 잡초 방지 기구를 설치해 보았습니다. 유연하지만 제초매트보다 딱딱한 구조로 값도 저렴한 편입니다. 사용해 보니 잡초 방지도 되고, 고추가 식재된 제초매트 구멍으로 열매나 잎이 쌓이는 것도 막아줍니다.
열매나 잎이 쌓이면 나방 애벌레들이 그늘막으로 사용합니다. 또한, 고추가 심어진 부분의 제초매트 구멍으로, 장마철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움푹 들어간 경우가 있었습니다. 흙이 유실되어 뿌리가 일부 노출되었는데, 그것도 조금 막아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년에 조금 더 구입하여 설치할 계획입니다.
10월, 11월
드디어 고춧가루
어렵게 친환경 고춧가루를 깨끗한 환경에서 가공할 수 있었습니다. 가공 후 정성스럽게 실어준(골고루 펴준) 후에, 고운 색상의 고춧가루가 완성되었습니다.
김장용과 양념용의 중간 크기로 분쇄했는데, 고운 입자를 선호하는 분들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고춧가루 향이 매우 좋고, 김치를 만들어 먹어보니, 맵기가 약한 순한 맛 정도로 느껴집니다. 개인마다 조금 차이는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저와 부모님들이 모두 부담 없이 즐기고 있습니다.
아쉬운 배추농사
김장 배추 모종을 작년에 이어 2~3번 심었습니다. 작년에는 벌레 때문에 그랬지만, 올해는 벌레와 더불어 너무 뜨거운 날씨도 한몫을 했습니다. 다행히 늦게라도 모종을 구입해 심었는데, 결국 작은집 배추를 얻어와서 김장을 마쳤습니다. 속이 꽉 차지 않은 배추가 아직도 밭에 조금 남아 있는데, 조금 더 자라도록(자랄지 모르겠지만) 놔두고, 쌈용으로 가끔씩 베어다 먹으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배추 모종을 심기 전에, 태양광을 이용한 토양 소독과 천연살균살충제를 미리 충분히 해주려고 합니다. 또한, 처음부터 2~3번에 나누어 서로 다른 장소에 조금씩 심어볼 계획입니다. 배추의 품종도 다양하게 심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든든한 고급 액비 재료
8월 말~9월 초 발생한 담배나방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해서, 많은 고추들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노지에서 천연살균살충제 만으로는 완벽하게 담배나방을 제어하는 것은 힘들다고 합니다. 트랩의 종류도 늘려보고, 천적 농법도 적용해 보는 등의 방법을 병행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내년에 사용할 충분한 양의 열매 액비 재료를 획득했습니다. 올해는 열매 액비를 아껴가면서, 중요한 시기에 사용했는데요. 내년에는 처음부터 적당한 양의 열매 액비를 공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든든합니다!
여기까지
친환경 고추농사의 1년간 있었던 기억에 남는 일들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맛있고 영양가 좋은 농산물 많이 드셔서, 겨울철 건강 확실하게 챙기시길 바랍니다.
다음 이야기로 다시 올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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